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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YANST

지난 20년간 난 내 옷을 산 적이 없다. 

그니까 내가 지금 입는 옷들은 20년이 넘었거나 누가 선물한 것이다. 

어버이날. 

어머니 모시고 여의도에 좀 비싼 식당에 갔다. 

고기도 사드리고 용돈도 드렸다. 그렇게 해드릴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근데 그 다음 다음날. 

어머닌 내게 남방 3 벌과 티 한장 여름 자켓을 사서 보내신다. 

식사하시다 보신 20년 된 내 아주 낡은 코드로이 자켓과 구멍 뚫린 티셔츠를 보시고 사셨다고 한다. 

홀애비가 옷을 그렇게 입고 다니면서 비싼 식당에 자길 데려 간게 맘이 아프셨단다.

의도치 않았는데 일이 그렇게 되버렸다.  

난 내 관심사는 옷이 아니라 음악하고 내 스튜디오의 일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둘 뿐이라. 

유행이 지났는지 옷이 낡았는지도 내 눈엔 멀쩡하게 보여서 구별이 안되었나 보다. 

그러고보니 예나 지금이나 난 한 번에 한가지만 생각하는건 여전하구나 했다. 

일 하는게 제일 좋다. 근데 그거 아나? 웃긴게도 난 일하는게 제일 힘들고 싫다.

난 비누처럼 닳아간다. 근데 비누는 다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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