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의 효과
by EYANST서울의 스튜디오도 제주의 스튜디오도
두 곳에 쌓인 수북한 먼지와 보이지 않는 시간의 먼지들까지 닦아내고 털어내고 정을 떼고 버릴 것들은 거의 다 버렸다.
심지어 서울의 스튜디오는 3년 가까이 방치했던 홍군이 쓰던 발 디딜 틈 없던 방까지 전부 정리했다.
집 이사문제로 임시였지만 방치되었던 나의 짐들과 그 방에서 작업을 했던 홍군, 박군, 이군 이 세 명의 흔적들을 괜히 치우기 싫었다.
서울의 스튜디오는 그러고 보니 청소를 두 달 정도 한 거 같다.
페인트칠서부터 바니쉬 칠 그리고 핸디코트까지 꼼꼼하게 하나씩 차근차근하게 했다.
올해는 일을 좀 덜 하고 쉬고 싶다는 게 나의 목표였는데 지금 이렇게 다섯 달째 놀고 있으니 뭔가 불안하기도 하고 이래도 되나 싶다. 청소를 하면서 그런 불편한 마음을 잊기도 하고 새로 미래를 다지기도 하고 또 일에 대한 계획을 다시 짜기도 한다.
나는 성격상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내 손안에 있어야 안심이 되는 성격이다. 내 생각엔 모든 분야에 그런 것은 아니고 내가 하는 일과 내가 있는 공간 거기에만 그런 것 같다. 유달리 집착하고 그것에 유달리 힘들어한다.
언젠가 읽었던 하루키의 글에서 청소에 대한 문장을 읽고 지금까지도 나는 그 말에서 많은 공감을 하곤 한다.
청소는 나만의 평화를 찾고 내 생활의 균형도 찾으며 익숙한 생활의 지속성을 갖기 위해 눈을 감고 무릎을 모으고 웅크리는 시간인 것 같다.
오늘 제주도의 스튜디오에 앉아 비가 오는 서귀포 시내를 내려다보며 일을 하다 말고 이 글을 쓴다.
내일은 서울에 올라가겠지.
그럼 나는 또 서울에 이제 조금 남은 정리와 청소를 마무리 지을 계획을 한다.
클립 하나까지 메모지 하나까지 어디에 대략 몇 장 정도 있는지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이 성격이 우리 스튜디오에 오는 사람들이 깔끔하네요 라는 말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나는 너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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