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야마씨
by EYANST보고 나서 왜 눈물이 나는지 나도 이상해서 당황했던 영화.
하루하루 루틴이 지켜지던 완벽한 일상에 금이 가는 작은 일들로 루틴이 깨지지만 그러기에 더 퍼펙트한 날들을 가지게 되는 히라야마.
여동생과 만남 후 울던 그.
짝사랑하던 술집 주인의 전 남편과 두 소년 같은 그림자놀이.
석양을 보며 운전하는데 웃는지 우는지 헷갈리는 그의 울음.
운전은 삶을 살아가는 그의 현실이고 웃고 우는 것은 대비일 텐데 그렇게 공존하는 것은
현실 + 웃음 + 움
이 3가지가 있어야 퍼페트 한 날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나무 사이로 보이는 빛의 어둠과 대비되는 그 사이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어떤 이미지가 겹쳐 보이는 것 역시 3가지였구나.
현실 + 빛 + 어둠
스포티파이가 어디 있는 가게인가 묻는 그의 질문이 이토록 귀엽고 슬플 수 있을까?
스포티 파이는 흘러가는 스트리밍, 그가 듣는 카세트테이프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가서 흘려보내지 않고 과거를 붙잡아 두는 필름 카메라와 같은 존재.
나는 왜 울고 있었을까?
현실을 살아야 하는데 자꾸 마음은 미래에 살아서 힘든 나에게 현실에서 찾을 행복을 보여준 영화.
옆 벤치에서 자꾸 이상한 사람 보듯 보는 여자가 누군가?
같이 일하던 그 젊은 친구는 앞으론 뭘 하러 갔을까?
어느샌가 안 보이면 신경 쓰이던 그 걸인은 왜 시부야 횡단보도에 있을까?
히라야마가 가져온 노란 이파리의 식물은 잘 자라고 있을까?
마지막 장면 석양을 보는 그의 글썽이는 눈빛이 지금도 신경 쓰일 만큼 야쿠죠쇼지 배우의 연기력은 만약 그가 히라야마 역을 하지 않았다면 어떡했나 생각이 든다
나도 완벽한 루틴을 가지고 살았던 몇 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외로웠고 하지만 가장 행복했고 그러면서 그렇게 나이를 먹는 것이 두려워서 그것을 잊기 위해서라도 그 루틴을 절대 깨고 싶지 않았다.
히라야마가 지키고 있던 그 루틴이 그에게 얼마나 지속되는 삶과 직결되었었을지 상상이 되고 목욕탕 뜨거운 물속에 두 눈만 남기고 물아래로 들어가 버리는 그 행동이 마치 벌거벗은 나를 가리고 그만큼만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사는 것에 대한 표현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영화 속 내내 히라야마가 하는 말 수의 양과도 비례한다.
하루 내내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점심은 간단히 때우고 저녁도 간단히 선술집에서 안주 겸 맥주를 마시며 소식을 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히라야마가 매일 가는 그 술집 앉은자리는 매장 안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도 아닌 그런 애매한 자리에서 무언가를 먹는다. 그러면서 야구 중계를 보는데 그는 그 야구팀의 승패에는 정작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에게 이기고 지는 게 무엇이 중요할까?
얼마나 자주 갔으면 음식 값을 테이블 위에 두고 가도 주인이 바로 확인하지 않으며 잘 가란 인사를 하고
주말에 가는 술집에선 히라야마가 들어가자마자 ‘늘 먹던 걸로 준비할까요?’라고 묻는다.
하다 못해 집 앞 자판기에서 조차 늘 마시던 커피를 사고 조카에게도 ‘니코 나와 같은 것을 먹겠니?’라고 물어본다.
조카는 그런 삼촌의 루틴에 작은 균형을 만들지만 니코는 삼촌의 삶에 호기심을 가지지만 존중하듯 같은 커피를 먹고 화장실 청소를 돕고 삼촌이 듣던 음악을 듣고 삼촌이 일단 책을 읽는다. 니코는 엄마보다는 외삼촌 하고 닮은 아이구나 생각했다.
언젠가 가출을 하면 삼촌에게 찾아오겠다라고 생각을 했었다는 그녀의 대답에서 조카 니코와 삼촌은 같은 핏줄이 섞여 있음을 1/4이라도 핏줄이 그런 것임을.
니코는 그제야 왜 삼촌은 엄마와 사이가 안 좋은지에 대해 질문을 한다.
히라야마의 대답은 ‘네 엄마와 나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라는 말을 하지만 그것은 이 세상은 여러 세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다지 대단하고 신기한 일이 아니라는 듯 말을 한다.
그리고 조카는 엄마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갔으며 아마도 조카도 그녀의 세상을 엄마와 분리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다음은 다음 지금은 지금’이라는 말을 했겠지.
목욕탕 안에서 물에 잠겨 눈 위 딱 그렇게만 세상에 본인을 드러내고 있는 것.
그래야만 자기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루틴아 깨지지 않기 위함이 그의 고독과 외로움을 참아 내는 남은 힘이었음을 매우 깊게 공감하기에 아마도 내가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나의 여동생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히라야마의 말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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