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신의 뜻을 알다가도 모르겠고 모르겠다가 번뜩 알겠다 느낄때가 있습니다. 근데 잘 모를때가 더 많아요. 그냥 믿고 맡깁니다. 물론 저는 진인사하며 스스로 돕고 있습니다. 대천명하는 레이턴시를 줄여주세요. 뜻이 뭡니까.? 보여주세요. 저는 제 할 일을 꾸준히 하고 있겠습니다.
최근 집엔 냉장고 티비 그리고 일하는 스튜디오엔 모니터까지 4k로 다 바꾸었다. 그 외엔 제주 집엔 서울에서 원격제어 되는 제습기도 사고 3주전 쯤엔 스튜디오엔 일 할 때 쓰는 스피커들도 4통을 새로 바꾸었다. 왜일까. 왜 그렇지? 뭐가 답답한가. 필요해서 바꾼거 맞지. 그게 아마 맞을거다.
어젠 강남에서 오랜 친구를 만났다. 학창 시절 부터 알던 친구인데 초중고 동창이라 서로를 알지만 어제 따져 보니 우린 같은 반인적은 없었다. 우리처럼 음악해서 밥 먹고 사는 것. 그걸 지나서 그리고 현재도 지나는 중이라 하는 말이지만 그건 정말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일이다. 물론 그 안에서 누가 더 잘 나가고 못나가고는 있겠지만 그게 뭘 중요하랴. 못난 소리 일뿐이다. 우린 아직도 살아남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럼 다 일단은 승자 아닐까 싶다. 녀석도 나도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 시간들은 다 절박했고 또 절박했고 절박 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우린 결국 이렇게 만나 술 잔 기울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어려선 초중고 동창임에도 그냥 아는 친구였는데 어제 녀석은 그것조차 무시 할 만큼 가깝게 느껴..
지난 20년간 난 내 옷을 산 적이 없다. 그니까 내가 지금 입는 옷들은 20년이 넘었거나 누가 선물한 것이다. 어버이날. 어머니 모시고 여의도에 좀 비싼 식당에 갔다. 고기도 사드리고 용돈도 드렸다. 그렇게 해드릴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근데 그 다음 다음날. 어머닌 내게 남방 3 벌과 티 한장 여름 자켓을 사서 보내신다. 식사하시다 보신 20년 된 내 아주 낡은 코드로이 자켓과 구멍 뚫린 티셔츠를 보시고 사셨다고 한다. 홀애비가 옷을 그렇게 입고 다니면서 비싼 식당에 자길 데려 간게 맘이 아프셨단다. 의도치 않았는데 일이 그렇게 되버렸다. 난 내 관심사는 옷이 아니라 음악하고 내 스튜디오의 일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둘 뿐이라. 유행이 지났는지 옷이 낡았는지도 내 눈엔 멀쩡하게 보여서 구별이 안되었나 보다..
제주에서 곡 작업하면 더 좋지 않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뭐 딱히 부정은 못하겠다. 그래도 그 압박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건 바깥 풍경과 아주 이질적이라 때론 더 고통스럽기도 하다. 금요일에서 토요일 넘어 온 이 시간. 난 혼자 베이스 기타를 녹음 중이다. 영화 마감은 얼마 안 남았고 나의 부족함은 나를 너무 괴롭힌다. 힘들고 외로운 직업. 가만히만 있으면 하루에 15시간은 말을 할 필요가 별로 없다. 제주에서도.
이상한 나라에 갔었다. 이상한거 알지만 난 그래도 행복했었다. 그러나 이상한 나라는 결국 없어지더라. 이상했으니까. 나도 바뀐 세상에 적응이 힘들었고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한 나라를 다시 가고 싶어서 힘들었고 갈 수 없는 곳이기에 안가려고 포기 했다. 근데 다시 가고 싶다. 아마 난 죽는 날 까지 그 나라를 그리워 할 것 같다. 알고 있다. 그래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