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알 수 없는 힘. 그거에 기인한 것 같은 우연인듯 아닌듯한 그런 기분. 평소 꿈을 기억도 못하던 내가 며칠간 잠을 설치며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꿈을 꾸었다. 여튼 너의 기나긴 길에 그냥 한 점이겠지만 우선의 지금 당장의 코 앞의 임시 마침표를 찍어서 축하한다. 그리고 peace be with gabriel.
1년을 끌던 작업을 끝냈다 해방감. 자정이 30분 남았지만 나가고 싶었다. 쉴 시간이 주어지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거 .., 그리고 만날 사람도 없고 할 것도 없고. 후배 스튜디오에 왔다. 갈 곳이 있어서 다행인데. 하지만 허전한 내 맘은 어디로 가야 하지? 새벽 2시 부터 눈이 내렸다. 눈이 오는 도로를 운전했다. 서울의 조명들은 내리는 눈을 따뜻하게 보이게 한다. 하루가 이렇게 또 갔다. 매일 매일 이별하며 산다.
눈이 좋았던 내가 이 일을 하며 눈이 나빠졌다. 뭐 군에 갈 때도 후에 병원에서도 눈이 2.0 나올때도 많았으니까 .. 지금은 눈도 나쁜데 노안도 왔다. 서서히 그런 것들을 맞이(?) 한다. 바꿀 수도 없고 노력해도 안되는 것들. 인정하고 잘 맞이해야지 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작업에 편하려 4k모니터를 샀으나 . 글자가 작아져서 힘들어 졌다. 큰 화면에서 일하면 쾌적하갰지? 라는 생각만 하고는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난 이제 맥의 기본 기능인 부분 확대를 해서 본다. 잘 안 보이는 것들은 모두 “컨트롤 + 스크롤” 로 해본다. 이정도 하는거라면 잘 맞이 하는거지? 나?
얼굴이 말이 아니다. 피곤해서. 하루 이틀 피곤한건 아니지만 이번 것도 그렇게 피곤했다. 낮에 드디어 영화제 마감치고 수원화성에 관한 작곡 멘토링도 했다. 이제사 시간이 남아 스타벅스에 있다. 갈 곳도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이런 달리다 멈춘 기분. 그냥 있는 이 곳. 그냥은 참 좋은 말이다. 그냥 있고 그냥 먹고 그냥 그냥하고 그냥 보고 싶고 그냥 산다. 그냥 스타벅스. 멈춘 길에 후배를 만나려고 전화 했더니 코로나라고 한다. 젠장. ㅋ
아침 7:20 서귀포 하늘 서울 가는 전 날은 비행기 시간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제주 집에 있고 싶어서인지 둘 다 인지 모르겠다만 여튼 잠을 푹 잘 수가 없어서 당일 도착한 서울에선 오후 서너시가 되서야 일을 할 수 있다. 점점 더 서울에 오는게 싫어지는게 보통의 제주 이주민들의 자연스런 경과가 아닌가 싶다. 이주민의 입도만큼 탈도도 많다 하지만 난 아직도 제주가 좋네. 사흘간의 서귀포 녹음실에서 강행군. 그리고 앞으로 또 며칠간 서울에서 강행군. 내 건강이 내 스스로 자신 없어질만큼 지쳤다. 제주집에서도 자주 하루 종일 일하곤 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서귀포 하늘은 맑고 흐리고 상관없이 늘 좋다. 일하다 하늘 보러 바다 보러 나갔다 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 서울 온 지 만 하루. 제주 집에 가고 싶다.